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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우리가 몰랐던 다정함의 힘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의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대한 책 리뷰

-도서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출판사: 디플롯

-출간일: 2021.07.26.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 있는 실루엣

1.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협력은 우리 종 생존의 핵심이며 진화적 적응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적자생존'에서 '적자'의 개념이 '신체적 적자'로 잘못 해석되면서 다른 인종 집단을 열등하다고 평가하고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어왔다. 적자생존이란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 개념을 잘못 확장해서는 안 된다. 찰스 다윈은 그의 책 <종의 기원>에서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후손을 남겼다"라고 썼다. 그의 뒤를 이은 생물학자들도 협력할 수 있도록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진화에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이라고 했다. 

 

다정함은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협력은 아주 오래된 전략이다.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을까. 다른 종이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강력한 인지능력이었다.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을 가진 것이다.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지식을 세대에 걸쳐 물려줄 수 있게 한다. 또한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고 뛰어난 발명을 이룬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억력, 전략 능력이 출중해도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없다면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친화력이 높아지며 10~15명 정도의 작은 무리에서 100명이 넘는 규모의 무리로 전환되었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종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소통했다. 이로써 문화적 역량도 새로운 경지로 나아갔다. 하지만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우리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을 받는다고 느낄 때, 위협적인 무리를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 한없이 잔인해진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으로 정교한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다. 우리가 타인과 함께하는 거의 모든 경험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침팬지에게는 남의 마음을 추측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협력적 의사소통은 할 수 없다. 사람 아기는 자기 이름을 배우기 전에 협력적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 우리의 모든 것은 이 능력에서 시작된다. 

2. 다정함의 이면

'자기 가축화'를 통해서 친화력이 강화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성을 갖게 되었다. 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협력하고 유대가 강해지면서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게 된다. 타인을 돌보는 행동이 광범위한 사회적 협력관계로 확장되게 되는 것이다. 집단 구성원을 강하게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나고 이들이 위협받을 때 큰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다. 편견의 일반적 정의는 한 집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다. 우리 집단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땐 뇌에서는 편견이 일어나고 타인을 비인간화한다. 우리 종은 독재자가 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권력을 독점하려는 이는 배척하고 작은 무리의 수렵채집인으로 살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우리가 최초로 농작물을 수확하며 독점이 생겨났고 싸움에서 이긴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었다. 근대 사회는 한 사회에서 가장 힘센 집단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무렵 민주주의를 통해 폭력이 서서히 감소하게 되었고 1970년대부터 민주주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증가했다. 민주주의는 인권을 보호하고 평등의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다.

3. 다정함의 힘

신체나 정신적으로 우월한 자가 더 잘 생존하고 그래야 마땅하다는 오해를 벗어나야 한다. 자연의 세계에는 그런 단어가 없다. 자연은 다정함이나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측은지심을 갖고 정을 느낀다. 이는 책에서 끊임없이 증명했듯이 '자기 가축화 가설'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살아오며 수없이 많은 종을 가축화했다. 수많은 종 중에서 지금까지 겨우 14종의 포유류(양, 돼지, 말, 소 등)를 가축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도 가축화된 종의 하나이다. 인간은 스스로 가축이 되고 애착과 협력, 공감을 갖게 된다. 우리의 마음은 인간 정신 가축화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강한 애착과 협력을 보이면서 동시에 우리 외의 집단에 강한 공격성을 지닌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간이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살아남게 되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동시에 많이 죽이기도 한다. 현대 사회의 진화가 편협한 다정함이 아닌 넓고 보편적인 공감으로 확장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