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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역사의 쓸모-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는 방법

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 최태성의 저서 <역사의 쓸모>에 대한 리뷰

-도서명: 역사의 쓸모

-저자: 최태성

아치형 벽돌로 되어 있는 터널

1장: 역사의 쓸모,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대부분 역사 공부를 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역사 공부는 주로 시험을 위한 암기식 공부였고 역사를 거슬러 가다 보면 공부할 분량도 방대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칫 역사 공부는 요즘과 같은 경쟁과 효율의 시대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은 쓸데없다고 버려진 것들을 모았다. 쓸데없다고 버려진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일연 스님은 청년 시절부터 사료를 모아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전설이나 민담 등 정식 역사로 인정받지 못한 것들을 기록했다. <삼국유사>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정말 많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삼국유사>의 콘텐츠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교과서나 시험에서 만나는 단편적인 지식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역사 콘텐츠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각 지역 지자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을 대표할 정체성을 찾는데 역사 콘텐츠만큼 활용도가 높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콘텐츠와 고유의 이야기는 그 지역의 특수성을 만들어주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역사의 실용성을 말할 때 <삼국유사>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단군신화가 실려 있었기에 일제강점기에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가 창시될 수 있었으며, 신자들이 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 모이게 된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괴로운 시대를 버틸 힘을 준 것이다.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시대에 맞게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역사는 오랜 시간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이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역사 속에서 함께 발전했다. 우리는 이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흥미롭게 바라봐야 한다. 수많은 사람의 삶과 문화, 흥망성쇠를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레 역사의 쓸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삼국시대에서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에 비하면 영토도 작고 발전도 늦은 나라였다. 하지만 삼국 통일을 이룬 것은 신라이다. 가장 힘이 약했던 나라가 어떻게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까? 7세기 무렵 왕위에 오른 백제의 의자왕은 신라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이어간다. 신라는 이때 고구려에 도움을 청한다. 당시 신라의 왕은 선덕여왕이었는데 김춘추를 사신으로 보내 연개소문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연개소문은 한강 유역의 땅을 돌려주면 군사를 보내겠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한다.

 

선덕여왕은 어려운 상황에 위기를 느끼지만 다음 해에 탑을 지어 위기를 타개한다. 바로 황룡사 9층 목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나라 사정도 안 좋은데 엄청난 규모의 탑을 짓는 것은 무척 과감한 결단이었다. 황룡사 9층 목탑은 높이가 80미터에 달한다. 이는 아파트 30층에 달하는 높이다. 완성된 9층 목탑에는 층마다 주변국들의 이름을 새겼다. 신라를 괴롭히는 주변국들을 이기고 힘 있는 나라가 되겠다는 표현이었다. 당시에는 높은 건물이 없었으니 경주 전역 어디에서나 황룡사 9층 목탑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이는 신라인들의 마음을 모으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수단이 된다. 신라는 결국 삼국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이룬다. 분명한 비전이 있었기에 혁신도 가능했던 것이다.

 

선덕여왕은 비주류인 김춘추와 김유신을 등용하는 혁신적인 선택을 이어 나간다. 당나라와 손을 잡는다는 발상도 과감하고 새로운 발상이었다. 당 태종은 작은 나라인 신라를 우습게 여겼지만 고구려 안시성 전투로 큰 패배를 겪고 신라의 도움을 받는다. 나당 연합 이후 백제가 멸망하고 뒤이어 고구려가 멸망하면서 삼국통일의 주인공은 신라가 된다. 위기에 부딪힐 때 신라를 떠올려보며 그들의 생각과 결정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비전을 세우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을 배워보는 것이다.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자주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다. 그럴 때 멘토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역사 속 인물을 멘토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 속 인물은 이미 검증된 사람이며 전 생애를 통해 우리에게 조언해 줄 수 있다. 정도전은 고려 말기 향리 집안에서 태어났다. 정도전은 과거에 급제해 관직 생활을 시작하지만 명령에 불복종하여 오랜 기간 유배 생활을 한다. 그러면서 조정에만 있었다면 알 수 없었을 비참한 백성들의 현실을 마주하고 분노한다. 하지만 현실을 바로잡고 싶어도 고려에는 수많은 벽이 존재했다. 정도전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고려에서 안 된다면 다른 왕조를 세우자는 혁명을 꿈꾼다. 그리고 이성계를 만나 그 꿈을 이룬다. 정도전은 조선의 기틀을 만든다. 그의 사상은 굉장히 급진적이었다. 백성들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노비들도 해방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 앞에 쌓인 높은 벽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회에 대한 정당한 비판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쉽게 좌절하는 대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안이 없다고 포기하기보다는 진지하게 해결책을 찾아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답을 찾기 어렵다면 역사 속 인물을 멘토로 삼아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급변하는 21세기에 굳이 옛날 일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미련해 보일 수 있다. 당장 내 앞에 닥친 취업이나 부동산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필요한 공부가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야말로 오늘을 잘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역사는 세상을 공부하고, 타인을 공부하고, 나를 공부하는 일이다. 나와, 타인, 세상의 관계를 잘 정립해야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평가는 의미가 없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의 일부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역사 속에는 인생 전체로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인물이 많다. 그 증거 된 삶을 짧게 역사로나마 배우는 것이 어떻게 고리타분할 수 있을까. 역사 공부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세상과 사람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바라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다 보면 혼란 속에서도 답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