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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지구 끝의 온실-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에 대한 리뷰

-도서명: 지구 끝의 온실

-저자: 김초엽

여러 개의 식물이 심어져 있는 이미지

 

1. '모스바나'에 대한 진실

'세발 갈고리 덩굴'은 덩굴성 초본식물이다. 외래종으로 주변에 대한 침투성이 강하고 독성을 지니고 있다. 주변 식물의 영양분을 빼앗는 유해한 잡초이다.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서식 면적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다. '더스트 생태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아영은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이 잡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흔한 야생초처럼 생겼으나 줄기가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이나 통증을 일으킨다. 흔히 볼 수 있는 잡초에 괜히 떠들썩하다 싶었지만 증식하는 속도가 뉴스에 나온 것보다 심각했다. 

 

식물에 대한 연구 중 아영은 이상한 메일을 받는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보낸 메일처럼 제목부터 수상했다. 이 메일은 몇 달 전부터 왔는데 스팸 처리를 해도 발신자 주소를 바꿔 다시 보냈다. 무심코 메일을 열어보자 또 다른 멸망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내용 중에 아영의 눈에 띈 것은 모스바나에 관한 음모론이었다. 아영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생각하며 메일을 끈다. 아영은 해월시로 출장을 간다. 그곳에서 갈고리 덩굴이 뒤덮인 광경을 본다. 덩굴은 산을 넘어 농가까지 피해를 미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일부 목격자에 의하면 이 덩굴이 푸른빛을 내뿜는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로는 담기지 않는 이상하고 신비한 푸른빛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영은 어렸을 때 비슷한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식물에 더 신경 쓰였다.

 

아영의 엄마 김수연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 센터에서 일했다. 출장이 잦았고 이사도 많이 다녔다. 그러다 온유시에 정착하게 된다. 온유시의 노인들은 대부분 더스트 시대 이후 재건에 기여한 '공헌자'들이었다. 그들은 돔 시티에 살면서 살아남은 자들이었으나 돔 시티 외부의 죽음은 외면하고 이기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평가받는다. 이희수도 온유시에 사는 노인 중 하나였다. 다른 노인들과 싸우고 문제를 일으키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어린 아영은 마을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이희수의 집 정원에서 푸른빛이 도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정원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희수도 만나게 된다. 그 후로 희수와 친해지면서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희수와의 연은 끊긴다.

 

아영은 모스바나의 푸른 먼지에 대해 계속 조사한다. 그런 아영에게 제보가 하나 도착한다. 단순한 검은색 사진이었다. 확대하면 오른쪽 상단에 희뿌옇게 빛나는 구체가 보였다. 사진 아래에는 '랑가노의 마녀들을 만나보라'는 짧은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랑가노의 마녀들'은 더스트 시대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민간 치료로 유명했던 자매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들은 최초 재건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였다. 아영은 이들을 인터뷰하기로 마음먹는다. 몸이 좋지 않은 아마라는 만나지 못하고 나오미와 어렵사리 만나게 된다. 아영은 나오미에게 모스바나에 대한 정보를 묻는다. 그리고 나오미로부터 '프림 빌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2. 프림 빌리지

2058년 겨울, 나오미와 아마라는 내성종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었다. 더스트 시대에서는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사람들을 잡아가 연구소 실험체로 썼다. 나오미는 더스트에 대해 완전한 내성이 있었고 아마라는 나오미 보다 저항성이 약했다. 계속 도망치는 불안한 삶을 살다가 우연히 어느 숲에 도착하게 된다. 숲 속에 마을이 있었다. 그곳엔 리더 지수의 지도 아래 움직이는 공동체가 있었고 자매도 거기에 정착하게 된다. 마을에는 온실과 연구소가 있었다. 온실은 마을 사람들에게 접근 금지 구역이었고, 거기에는 늘 레이첼이 있었다. 

 

마을엔 돔이 없었으나 사람들이 멀쩡하게 숨 쉬며 살아갔다. 사람들은 더스트를 분해해 주는 약물을 마셨다. 온실에서 재배하는 식물이 분해제의 원료였다. 온실은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럴수록 나오미는 레이첼의 존재가 궁금했다. 레이첼은 식물종을 개량하는 연구를 했다. 더스트에 저항성을 가지는 식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식물에는 형형한 푸른 빛이 감돌았다. 더스트 폭풍에도 죽지 않고 마을을 안전하게 지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을 밖의 경계를 넘어가지는 못했다. 

 

나오미는 정착한 공동체가 마음에 들었고 사람들을 피해 계속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지수는 나오미에게 더스트 분해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마을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폐쇄된 공동체에는 문제가 많았고, 갈등이 쌓이며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마을의 안전이 깨지고 습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숲에 불을 질렀고 사람들은 도망치듯 급하게 숲을 떠난다. 나오미와 아마라도 함께 떠났다. 마을을 떠나는 순간 지수는 이제 마을이 아닌 바깥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착하는 그곳이 어디든 레이첼의 식물을 심으라고, 그것을 퍼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3. 지구 끝의 온실

지수는 샌디에이고의 한 연구소에서 레이첼을 처음 만났다. 레이첼은 유기체가 일정 부분 섞여 있는 사이보그였다. 지수는 레이첼의 망가진 팔을 치료해준다. 이후 지수는 여러 공동체를 떠돌며 생활하다 레이첼을 다시 만난다. 레이첼은 온실에서 더스트에 저항성이 있는 식물을 연구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오로지 식물들과 자신만 존재하는 세계에 있었다. 그 외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지수는 레이첼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레이첼은 계속 식물을 연구하고, 지수는 레이첼이 망가지지 않도록 곁에서 고쳐주는 것이다. 

 

지수는 점점 레이첼의 몸에 익숙해졌다. 레이첼 같이 유기체와 기계가 섞인 사이보그는 수리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수 없이는 레이첼은 온전하기 힘들었다. 레이첼은 지수가 필요했다. 레이첼의 목적은 그렇지 않았으나 더스트 저항종 연구는 인류를 위한 큰 발견이었다. 계속 저항종에 대한 연구를 하지만 레이첼에게 기능적인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 부분의 유기체를 전부 없애야 했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 지수는 충동적으로 주변 사람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뇌 기능을 켠다.

 

레이첼에게 숲 바깥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온실과 숲이 중요했다. 레이첼은 온실이 식물이 경계를 넘지 못하는 것도 개의치 않아 한다. 하지만 지수는 달랐다. 식물들을 밖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다.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제거하는 기능도 있었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다. 푸른 빛도 개량하는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였다. 지수는 레이첼에게 계속 온실을 떠나야 한다고 설득한다. 그리고 지수는 모스바나가 숲 밖에서도 자랄 수 있는 연구가 이미 끝났음을 알게 된다. 그것도 일 년 반 전에. 숲의 경계는 레이첼이 의도적으로 구획한 것이었다. 

 

레이첼은 모스바나를 넘겨주면 마을이 해체되고 온실도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수도 결국 레이첼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연구 결과를 지수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지수는 자신이 일부 뇌 기능을 만져 레이첼이 지수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둘의 사이는 어긋난다. 그리고 레이첼은 사람들에게 숲 바깥에서도 자라는 식물을 나눠준다. 그날 마을은 습격받는다. 레이첼은 스스로 온실을 불태우고 떠난다.

 

박물관에서 문명 재건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모스바나와 관련한 특별 전시도 그곳에서 열렸다. 아영은 거기에서 레이첼을 만난다. 더스트 시대 레이첼은 온실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모든 것에 질려있었다. 그러다 지수를 만났고 지수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식물 연구도 계속한다. 지수는 레이첼이 오직 식물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그렇게 둘은 프림 빌리지에서 헤어진 후로 다시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평생 서로에게 후회와 그리움으로 남는다. 지구 끝의 온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실험 공간이 아닌, 둘만의 따뜻한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