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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기억의 뇌과학-기억에 대한 정확한 이해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의 첫 논픽션 <기억의 뇌과학>에 대한 리뷰

도서명: 기억의 뇌과학

저자: 리사 제노바

태블릿 PC를 보고있는 여자

1.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뇌를 통해 오감을 감지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똑바로 서서 걷게 하고 언어를 이해하게 돕는 것도 뇌이다. 그리고 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기억이다. 기억은 정보를 습득하고 경험하며 새로운 능력을 배울 수 있게 한다. 기억은 중요하지만 전혀 완벽하지 않다. 놀랍게도 내가 부엌에 뭘 하러 나왔는지조차도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는 많은 것을 기억하는 만큼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그것은 뇌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뇌는 컴퓨터처럼 모든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세히 돌아보면 뇌에 필요한 정보가 입력되지 않아서 아예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의식적으로 더 많이 기억하고 덜 잊어버릴 수 있다. 기억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기억을 못 해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파악하면 기억력을 높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기억은 우리가 경험하며 느끼는 것들에 뇌가 반응하고 변화면서 생성된다. 기억은 4단계를 거쳐 형성된다. 첫 번째, 부호화 단계에서는 뇌가 일정 정보를 포착하여 신경 신호로 바꾼다. 두 번째, 강화 단계에서는 뇌가 신경 활동을 하나의 패턴으로 연결한다. 세 번째, 저장 단계에서는 신경 세포들이 변화를 거치며 지속성을 얻는다. 네 번째, 인출 단계에서는 패턴이 활성화할 때마다 경험을 다시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뇌가 정보를 수집하면 해마라는 부위가 정보를 연결한다. 해마는 기억을 하나로 묶어주며 기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수 없다. 알츠하이머병이 발발하여 기억을 잃는 것도 해마가 손상되며 벌어지는 일이다.

2. 기억을 강화하는 방법

우리는 가끔 차를 주차한 위치를 잊어버린다. 차를 주차한 위치가 기억이 안 나 주차장에서 당황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차를 찾지 못한 이유는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치매 같은 병이 발병해서가 아니다. 애초에 차를 주차한 위치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억하고 싶다면 인지와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기억할 수 있다. 그래서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사람마다 그날의 기억이 다를 수 있다. 모두 각자 주의를 기울인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단순히 정보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집중하며 신경 자극이 더해져야 장기기억으로 강화된다. 그러므로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기억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리고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만난 사람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다. 이름을 듣고 난 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뇌에서 정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인 대상만 기억한다. 그래서 낙관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고, 우울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건을 기억하기 어렵다. 우리가 집중하는 순간에 대한 기억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즐겁고 긍정적인 순간에 집중하면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이 남게 된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도 기억에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명상을 하는 것도 집중을 높여 장기기억을 강화한다.  

3. 기억의 뇌과학

지금 현재에 의식이 머무르는 것을 '작업기억'이라고 한다. 현재 벌어지는 정보를 인식하여 이해하게 하고, 대화를 따라가게 하고, 영화를 이해하는 모든 것이 작업기억의 역할이다. 작업기억 안의 정보는 다음 데이터가 들어오면 바로 밀려난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들어온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다. 나열된 단어나 문장을 제한적으로 기억하는 이유다. 다만 정보에 맥락을 부여하거나 의미하는 단위로 나누면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다. 리듬이나 멜로디를 부여해도 기억에 효과적이다. 기억할 대상을 여러 개로 묶어도 작업기억에 더 많이 남길 수 있다. 작업기억 중에 우리에게 의미 있거나 주의를 기울인 것들은 해마로 전송된다. 그리고 해마에서 강화된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지식이나 과거의 일화는 서술 기억이라고 하는데 이런 종류의 기억은 떠올리는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근육 기억은 운동이나 일하는 절차에 대한 기억이기에 무의식적으로 불러올 수 있는 기억이다. 반복을 통해 터득한 몸의 기억은 자동적이고 기계적으로 나온다. 지속적인 훈련으로 근육 기억이 강해지면 기억 인출도 쉬워진다. 신체기능을 단련하면 그 분야와 관련된 신경세포가 연결되고 발달하여 뇌가 달라진다. 의미 기억은 공부를 통해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연습해야 만들어진다. 단기적인 벼락치기보다 시간 간격을 두고 나눠서 외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단순한 반복적인 읽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보는 것이 기억 강화에 좋다. 의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뇌는 무의미한 것들에 관심이 없다.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의미 있는 정보로 바꿔야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의미 있고, 감정을 자극하고, 예측을 벗어나는 경험들이다. 

 

일상의 기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늘 비슷하고 평화로운 하루는 금방 잊어버리기 쉽다. 일상에서 벗어나 의외성을 만들면 기억이 다양해질 것이다. 모바일 기기를 잠시 끄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현실 세계를 느끼며 살도록 감각을 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느낀 것을 반복하고 일기로 기록해보는 것도 좋다. 일상을 SNS에 기록하는 것도 기억 강화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우리의 기억에는 오류가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은 저장되고 인출되며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나이가 들며 기억력이 저하되어 두려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갑작스레 대상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기억을 인출하며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오류이다. 불안해하지 말고 기억이 안 나는 것은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된다. 검색에 의존하면 기억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근거 없는 오해이다. 잊는 능력은 기억하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유용한 정보는 기억하고 나머지는 버리며 기억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일이 잦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느긋한 마음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치부하면 건망증의 악화도 막을 수 있다. 누구나 잊어버린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을 너무 책망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잠을 자고, 명상을 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며 우리의 몸을 가꾸면 기억도 자연스레 강화된다. 기억의 허점에 관대해지면 그만큼 기억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